『칼사사 게시판』 33931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50 별밭을 우러르며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8/21 09:55 읽음: 31 관련자료 없음
-----------------------------------------------------------------------------
+ 별밭을 우러르며, 김지하, 1994, 솔, 시, 한국
- 회귀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데
가데
젊은 날
빛을 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 뒤에 남기고
이리로 혹은 저리로
아메리카로 혹은 유럽으로
하나 둘씩 혹은 감옥으로 혹은 저승으로
가데
검은 등걸 속
애틋했던 그리움 움트던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무성한 잎새 시절
기인 긴 기다림만 남기고
봄날은 가데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데
가데
젊은 날
빛을 뿜던
아 저 모든 꽃들 가데.
김지하는 내 환상 속에 살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난 사랑을 떠들어대는 시인보다는
시대에 아프게 투쟁하고, 그 실패와 좌절의 허무감을 노래하
는 시인이 더 멋있어 보였다. 그리하여 김지하는 전혀 모르
는 사람이었지만 내 환상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게다.
그런데 이 별밭을 우러르며,는 그의 후기작이어서 그런지
아님 김지하가 꼭꼭 숨겨둔 깊은 뜻을 내가 알아채지 못한
건지 아, 무한히 떨어져가는 내 눈까풀. --; 힘겨운 졸음과
의 싸움. 끙. --+
그리고 시어들이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았다. 좀 더 거칠거
나 아님 좀 더 아름다웠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평범한 감이
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
아마도 칼을 버린 후 생명의 시인으로 변절, 혹은 변태,
--; 아님 변모한 김지하는 김진석 씨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990820 15:30 가데, 빛을 뿜던 젊은 날은 가데...
98-9220340 건아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