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1999-07-27)

작성자  
   achor ( Hit: 1032 Vote: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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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33590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7/27 00:48    읽음: 3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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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윤동주, 한국, 시

             ▶ 바람이 불어 ◀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다소 식상한 이름이긴 하지만 평소 윤동주의 시를 읽고 싶
      었었다. 교과서에  등장했던 무수한 시인들 중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윤동주는 며칠  전 중1-중3 모두 시를 끝내며 
      이번엔 꼭 한 번 읽어봐야지, 내게 각오를 심어줬었다.

        아직 詩를 보는 눈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괜찮은 느낌
      이 왔던 시 몇 편을  골라봤다. 그리고 그의 산문들도 몇 개 
      실려있었는데 그는 산문마저도 시처럼  쓰고 있는 듯한 느낌
      을 받았었다.

        참 모범적인 사람 같단 생각을 했다.
        동시대를 살았다면 그와 친구될 수 있음에 행복해 했을 것 
      같다.

             ▶ 사랑스런 追憶 ◀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주어,

        봄은 다 가고―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
      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
      거릴 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終始 ◀

        (前文省略)

        이제 나는 곧  終始를 바꿔야 한다. 하나  내 차에도 신경
      행, 북경행, 남경행을 달고 싶다. 세계일주행이라고 달고 싶
      다. 아니 그보다도 진정한  내 고향이 있다면 고향행을 달겠
      다.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다.






990725 16:00 젊은 시인, 윤동주. 그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여.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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