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32578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43 49일의 남자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5/18 17:27 읽음: 22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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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일의 남자, 장태일, 1993, 세계사, 소설, 한국
오랜만에 읽은, 아주 소설다운 소설이었다. 가끔은 이런
소설다운 소설을 읽어야지, 매번 특이하고, 괴상한 소설을
접하다 보니 내 자신이 뒤틀어지는 것 같다. --;
작가 장태일은 내 보기에 龍頭蛇尾의 형상이다. 언제나 절
정까지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몰입력,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
는 탁월함, 다중진행의 복잡함 속에서도 질서정연한 절제 등
으로 참 마음에 들지만, 항상 결말은 최악이다. --; 한마디
로 너무 시시하게 끝난다. 독자들은 많은 인물이나 사건 하
나하나에 개연성을 나름대로 부여해 가고 있는데, 작가가 제
시해 놓은 결말은 그런 것과 아무런 언급도 없이 허탈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
바로 이 점이 장태일이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한다. 문학의 순수성과 상업성을 적절히 분배
해 놓고, 또 괜찮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었음에도 말이
다.
그런데 순수문학과 대중소설을 구분함에 있어서 난 아직
혼란스럽다. 어떤 책을 제시해 놓곤, 이 책을 구분하라고 한
다면 대강은 하겠는데, 왜 그렇느냐, 고 묻는다면 마땅한 해
답을 댈 수가 없다.
이 책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사건을 진행시켰는데, 저
가증스러운 김진명의 소설들과 차이를 굳이 대라면 바로 그
깊이에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소설이 소설이지, 무슨 깊이를
따지느냐, 고 한다면 허허, 웃으며 가볍게 넘어갈 수밖에 없
겠지만 이 책의 사소한 부분들까지 서로가 유기적으로 결합
된 것들은 단순히 사건 진행에만 초점을 맞춘 김진명 作들과
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하일지나 이치은의 추리기법을 사용
한 소설들이 결코 저속한 평가를 받지 않는 맥락으로 이해하
면 될 것 같다.
아, 사족이겠지만, 그렇다고 대중문학을 평가절하하는 것
은 아니다. 대중문학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다
고 믿는다. --;
그리고 오늘, 5·18을 맞이하여 지난 80년대, 참 암울했던
이야기를 다소 풀어놓은 부분이 더욱 가슴에 와닿았음을 밝
혀둔다.
이런 보이지 않는 Cyber나 가상공간, 腦內 혁명이 아니라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혁명이 다시금 닥쳤으면 좋겠다. 내 불
타는 열정과 외소한 정의감을 모조리 담아 그들처럼 시대에
힘껏 저항해 보고 싶다...
ps. 그리고 장태일, 하니까 생각났는데
장태일의 '겨울숲으로의 귀환'을 비롯하여
내 책 빌려간 인간들, 왜 안 갖고 오는 거야! !_!
990518 12:50 80年代, 다시는 볼 수 없을 그리운 그대여... 비운의 그녀여...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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