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32414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38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5/10 23:52 읽음: 26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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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열림원, 1996, 시, 한국
사실 난 류시화에게 이유없는 증오를 품고 있었다. 시대의
아픔에 고통스러워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고뇌 속에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운 저 배고픈 시인들의 모습이 아른
거려 난 그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게다. 그리하여 언제나 배부
를 것만 같았던 인기 시인 류시화는 내게 있어서 아주 통속
적인 3류 시인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리하여 그의 화려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난 그를 외면했
다. 그렇지만 知彼知己 百戰百勝, 도대체 그의 시가 어떻길
래 그토록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그를 탐구해 볼 요량으로
드디어 그를 읽어보고자 했다. 그의 저작들은 다들 인기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난 가장 유명한 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선택했다.
다 읽어낸 후, 내 감수성이 무뎌서 그런 건 아닌가, 하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기도 하고, 낭낭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내겐 별 느낌이 없었다.
물론 그가 명상서적에 심취한 모습이나 인도나 티벳 같은
신비감이 감도는 지방을 떠돌아 다니는 모습은 시인으로서
참 좋게 본다. 그런데 그의 시에서는 그 방황의 갈증이 느껴
지질 않는다. 다른 시인과 달리 소금이나 나무 같은 자연의
목소리를 소리낸다 하여도 그의 시에서 생명력이 느껴지지
는 않는단 말이다.
아마도 내가 부족한 것일 지라... 수많은 사람들이 인정하
는 그를 혼자 이해 못하는 나, 내 감정이 턱없이 무딘 것일
지라...
상관없다. 난 그저 굳은 신념으로 시대에 투쟁하고, 자신
을 소모시킨, 이 시대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족하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껍데기는 가라... --;
905009 22:55 류시화의 시는 가슴에 와닿질 않는다.
그의 제도권으로부터 이탈은 내 환상과 비슷한데...
그의 시가 와닿지 않는다...
끝으로 그나마 고른,
마땅히 고를 게 없어서 아주 힘겨웠다,
시 한 편을 소개해 본다. --+
? 사람들은 저마다 내게 안부를 묻는다 ?
사막은 얼마나 생각할 것이 많으면 그렇게
한 생애를 길게 잡았을까
소금은 얼마나 인생의 짠 맛을 보았으면 그렇게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을까
얼음은 얼마나 고뇌에 차면 그렇게
마음을 차갑게 닫고 있을까
우물은 얼마나 후회가 깊으면 그렇게
마음 깊이 눈물을 감추고 있을까
심해어는 또 얼마나 마음을 강하게 먹었으면 그렇게
심해의 압력과 어둠을 견디고 있을까
별은 또 얼마나 말 못할 과거가 많으면 그렇게
먼 곳까지 달아나 있을까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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