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14 선택 (1998-12-12)

작성자  
   achor ( Hit: 1133 Vote: 1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30903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14 선택                                    
 올린이:achor   (권아처  )    98/12/12 06:30    읽음: 21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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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이문열, 민음사, 1997, 소설

1997년 4월, 난 병원에 입원해있었다.
'절대안정'이란 딱지를 붙치곤 움직이지 못해 미칠 것 같았을 때
이문열과 페미니즘派의 전쟁은 절정기에 이르고 있었다.

1997년 문학계의 가장 큰 사건 중에 한가지였던
이 전쟁의 흔적을 뒤늦게나마 느껴보고자 했다.






문체는 '皇帝를 위하여',
내용은 '레테의 戀歌'.

이것이 세태차이일까?
확연한 의식의 차이, 관점의 차이를 느꼈다.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건 내 자신이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레테의 戀歌'를 통해 흔들림을 겪고 난 뒤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는 지성인답게
자신의 논리를 아주 정연하게 전개시켜 나아간다.
하지만 그의 뿌리는 전통적인 우리 가부장적 사상.

그는 남성우월하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적극적 자세로 임한다면 그건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그건 자기최면일 뿐이다.

선택이란 충분한 자유가 주어진 가운데
동일한 선상에 놓여있는 다른 보기가 존재할 때
말할 수 있는 어휘이다.
다 겹은 사과 먹기를 강요하며
'이건 네가 먹고자 했기에 먹는 거야'라고 믿게 한다면
그것을 과연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선 여인들은 순응의 삶을 선택했던 것이 아니라
강요받으면서 동시에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고 믿도록 최면당했다고 본다.

그는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체를 하고 있지만
몸짓 뿐, 그 이상은 없어 보인다.

남성우월의 세상을 인정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의 방법, 이를테면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행동하는 것은
여성 또한 지금의 남성밖에 될 수 없기에
우선 권리, 곧 당당한 여피로서 사회에 진출하여 자아를 실현시키기 보다는
의무, 곧 안주인, 어머니로서의 전통적 여성의 역할을 우선시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이미 남성우월의 사고에 기반을 둔
자기중심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여권신장을 위해서는 
서서히, 아무 것도 없는 백지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의무만을 이야기하며 남성의 방종이 용인되는 세상이라면
과연 무엇이 바뀔 수 있단 말인가.
변화에는 선구자가 필요하다.

이야기 흐름이 사건이 아닌 인물 위주로 흘러 독특했고,
오랫만에 페미니즘을 맛봐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초반부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직접 지목하면서
현존하는 작가, 공지영에 대해 포문을 연 것은
자신있어 보이는 이문열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1997년 당시 전여옥類의 전사들과 한판 대전을 기대했었지만
이문열의 거만함, 도도함
-그런 이들과 비교당한다는 것만으로도 모욕이라고 말할 정도의- 때문에
기대 이하의 싸움이 되어 아쉽긴 했다.

그렇지만 어쩌면 내 성욕을 위해
여성의 성개방을 외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음을 고백해둔다.
이문열의 지적처럼. 드믄 동의.










981211 12:25 페미니즘, 그 끊이지 않는 논제에 대한 이문열의 편협성.











                                                            98-922034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63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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