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쓸쓸하며, 우울하고 외로운... (2011-04-25)

Writer  
   achor ( Hit: 1532 Vote: 10 )
Homepage      http://empire.achor.net
BID      문화

내일,
민방위훈련인 덕에 가서 잠이나 잘 요량으로 늦게까지 버티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러 가기 전 짧게 글 하나 남겨 둔다.


고등학생 시절
근처 공고에서 한 학생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와 아무 관련 없을 뿐더러 누군지도 모르고, 심지어 진짜인지 조차 모를 그 이야기가
너무 오랫동안 내 기억에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11월이었고, Guns N'Roses의 November Rain을 듣던 시절이었기에
11월과 가을비, 내 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던 쓸쓸한 공간감, 그리고 자살이라는 단어가
총체적으로 우울하고, 음침한 분위기로써 내 기억에 오래 자리 잡고 있지 않나 싶다.


대학 시절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8MM란 영화의 장면이 기억에 남겨 졌다.
콘테이너 박스들로 가득한 인적 드문 창고,
아무 죄 없는 소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납치 되어 스너프의 희생양이 되어진다.
세상 누구도 알 지 못한 채 억울하고 쓸쓸하게 죽어 간다.

그 시절엔 엽기,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희화화 되지 않은 채 본연의 의미로 쓰이고 있었고,
나는 엽기적인 영상, 이를테면 백인 성인 남성들이 흑인 아동의 사지를 절단하는 등을 보던 시절이었으며,
그것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지만 어딘가에선 매우 충격적인 일들이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충격,을 내게 주었었다.

요즘,
이지아를 보며 내 잊혀졌던 잔인하면서도 쓸쓸한 기억이 떠올려 졌었다.


아마도 처음엔 행복했으리라.
TV에서 보던 우상이 삶에 나타났고, 둘만의 비밀을 갖게 되었으며, 광활한 토지 위에서 부족함 없이 행복했으리라.

그러나 영원할 수 없었고,
우상에 대한 안대가 풀렸을 때부턴
결코 이야기 할 수 없는 혼자만의 비밀을 안고,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채로 살아야 했으리라.

그 넓은 집안에 홀로 남겨져 언제 돌아 올 지 모를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
어둡고, 쓸쓸하며, 우울하고, 외롭다.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그림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지아는 세상에 말 못할 비밀을 안은 채 영원히 침묵해야 하는, 어느 쓸쓸한 신화 속의 인물과 같은 이미지가 됐다.


신상털기 수준으로 나오는 후속 보도들을 보며
아직 이지아는 서태지를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 achor


본문 내용은 5,11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1443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1443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Name
Password
Comment
reCaptcha



Tag
- 쓸쓸함: 술을 마시다 (2002-10-12 00:08:18)- 서태지: 서태지, 이지아 이혼 그리고 결혼 (2011-04-22 01:43:51)


번호
분류
제목
작성일
조회수
추천
216문화 새벽의 한국영화 변천사2012/01/2920657
215문화 인터넷에코어워드 브랜드 부분 혁신대상 수상2011/12/11278410
214문화 드라마 파파 [2]2011/08/231355814
213문화 나가수 옥주현을 보며... [1]2011/05/31366417
212문화 야구9단 우승2011/05/2822496
211문화 소년과 소녀는 그 곳에서 꿈을 꾸고 두근거린다2011/05/0328207
210문화 PC방에서... [8]2011/05/02344415
209문화 어둡고, 쓸쓸하며, 우울하고 외로운...2011/04/26287919
208문화 서태지, 이지아 이혼 그리고 결혼 [2]2011/04/22331721
207문화 나는 가수다, 무엇이 문제였는가2011/03/2436675
206문화 善하기 때문은 아니었다2011/03/0241047
205문화 SNS 덧글 확인을 한 번에! Social Reply! [7]2011/03/02567617
204문화 노라조를 응원한다2011/02/27412421
203문화 Butterfly - Loveholics2011/02/27310921
202문화 생각했다 [1]2011/02/22403315
201문화 Google Translate2011/02/11394420
200문화 I am Legend [2]2011/01/17514616
199문화 매리는 외박 중2010/11/30520616
198문화 W 폐지에 반대한다2010/09/25424312
197문화 스타일2010/09/25414220
H 1 2 3 4 5 6 7 8 9 10 T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3/04/2025 12:32:03